이 논문은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북한이탈주민과 관련된 예술문화 활동이 눈에 띈다.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 장르의 경우 작품의 주인공이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문학․무용․음악․미술․공연 등의 순수 예술 장르에서는 전자와 더불어 행위의 주체로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매체적 특성으로 볼 때, 드라마나 영화, 토크쇼 프로그램 같은 경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문학을 비롯한 순수 예술 분야는 전자에 비해 직접 접할 기회가 적은 편이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시집이나 수필을 비롯한 저작물이 활발하게 유통된 시점은 2000년대 이후다. Ⅰ장에서는 개성화 과정으로서의 시창작이라는 제목으로 2000년 이후 출판된 북한이탈주민의 시집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 정서는 북한이탈로 인해 발생한 슬픔과 분노, 그리움과 희망이었다. 특히, 시집 두 권을 비롯해 수필까지 출판한 장진성의 텍스트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가진 슬픔과 분노의 정서가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Ⅱ장에서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그림자의 시적 형상화를 주제로 하여, 소주제 ‘탈북체험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와 ‘정착 의지로서 그림자 형상화 문제’에 대해 장진성의 작품 중 서사성이 강한 텍스트를 중심으로 그림자 즉, 슬픔과 분노의 표현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간의 정서를 언어로 빚어낸 시에서 ‘그림자의 형상화 문제’는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다. 왜냐하면 본인을 비롯한 집단이 지닌 상처의 전모를 전면적으로 또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시는 상징과 은유 등의 기법으로 에둘러 말하기 즉 직설적 말하기에 비해 안전한 방법으로 자기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장진성의 시에 나타난 슬픔과 분노는 전자의 기법적 특성을 지니면서 내용적 측면에서는 그러한 정서를 초월하는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었다. 일면 시가 가진 함축성은 독자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기능도 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나 서사의 인과관계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러한 점은 연대기적 순서로 집필된 그의 수필을 통해 내용이 보완되었다. Ⅲ장에서는 문학적 형상화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들 또한 자기실현 즉 개성화의 관점에서 ‘그림자’를 직시하고 표현하고 있었으며 이는 북한이탈이라는 특이성을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창작되고 출판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문학성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것은 개성화 과정으로서의 시창작이 그들의 실제 삶과 닮아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예측한다.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한 집단적 트라우마는 잊혀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의식 속의 그림자는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그들의 작품이 온전한 정착으로서의 의지와 희망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는 동시에 통일시대를 대비한 국가적 과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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