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미중 화해 전후(1960년대-1973년) 한국과 타이완의 외교정책 결정자들이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대응방침을 정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대응이 한국과 타이완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과 타이완은 1949년 이후 비슷한 입장과 상황 속에서 서로 생존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고, 양국은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위해 국제사회를 서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50-1960대 한국과 타이완은 반공을 기치로 한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주축을 형성했다. 1960년대 타이완은 체제 우월의식을 바탕으로 국내적으로 대륙 수복의 구호를 내걸어 단결을 꾀하고 대외적으로 반공진영을 결집하여 반공(反共)의 선봉에 섰다. 타이완은 1950-60년대 국제적,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했다. 유엔에서 한국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었던 타이완은 한국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타이완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양국은 냉전체제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 경제 개발과 함께 미국 동아시아 정책의 충실한 이행자가 되었다. 1971년 미·중 화해로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진영논리가 사라지고 각국의 문제는 개별적인 문제가 되었다. 각국 이해관계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개별화 되면서 각국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해서 대외관계를 재구성했고, 한 국가의 문제가 지역의 외교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았다. 따라서 이전의 공조 협력, 동맹관계는 형식화 되었고, 실질적인 이해관계, 경제적 이익에 따라 양자관계를 재구성했다. 1970년대 초 미·중 화해 이후 동아시아 각국은 개별 국가이익을 보다 분명히 구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과 타이완은 정치·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냉전 해소 정책으로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다. 한국은 새로운 상황변화에 적응하여 점차 타이완과의 관계에서 현상유지정책으로 전환하고 대공산권 외교를 전개하여 고립을 피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해관계가 관철되도록 노력했다. 1971년 유엔 탈퇴 이후 타이완은 여전히 ‘반공부국’을 구호로 중국 소련을 비롯해서 공산주의 국가와 비타협적 관계를 고수했다. 타이완의 원칙주의는 국제적으로 고립을 심화시켰지만,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타협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국내적으로 본토수복을 기치로 한 비상사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포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의 유엔가입으로 중국과 북한의 연합이 현실적 위협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중국 소련과의 관계개선, 북한과의 대화를 포함한 대공산권 정책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처음에는 수동적으로 외교정책을 전환했지만, 현실적 이해관계를 인식하고 점차 적극적으로 실용적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타이완은 한국이 굳건한 반공진영에서 이탈하여 현실적인 타협을 하는 것에 어쩔 수 없는 현실상황을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이러한 전환이 타이완에 대한 현상유지, 중국에 대한 관계개선 시도로 나타나면서 배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타이완은 이러한 한국의 정책에 분노했지만, 곧바로 현실상황을 인식하고 정치적 관계에서는 거리를 유지했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협력관계가 필요했던 한국과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재조정했다. 남북한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국은 일본처럼 자유롭게 공산권 국가와 교류하지 못했다. 한국은 북한의 존재로 인해 공산권 국가와 교류에 상당한 제한을 받았다. 따라서 서로의 이해관계는 없지만, 국제사회의 주변부를 맴돌게 된 한국과 타이완은 양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협력을 유지했다. 1970년대 한국과 타이완은 타이완의 국제적 고립 속에서도 여전히 우호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두 국가는 서로 다른 목표로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는 신뢰 없는 쇼윈도 동맹을 유지했다. 한국과 타이완은 1970년 서로의 한계를 인식과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필요한 만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계가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이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과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찾아온 냉전체제의 붕괴였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실질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면서 타이완과의 협력관계를 청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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