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에 체제경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논리의 연장선에서 ‘흡수통일론’이 통일론의 헤게모니를 얻어가고 있다. 남쪽의 자유민주주의 헌법철학과 북쪽의 헌법철학인 주체사상에는 접점이 없기에 양립불가능하다는 철학적 논의는 흡수통일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흡수통일론의 철학적 사유는 현실을 고정불변의 실체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담론의 하부구조에는 결국 남쪽의 신자유주의식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하고 있다. 남북통일의 하부구조로서 통일 민족경제론을 적극 사유해야 할 이유다. 이 논문은 남과 북이 통일된 나라의 하부구조로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어떻게 일궈갈 것인가라는 이론적 탐색과 함께, 통일 민족경제론을 공적 의제로 설정해가며 통일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한다는 제안을 담고 있다. 그 하부구조를 구체화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둔 새로운 통일의 사상도 영글어갈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