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인은 일제식민지배가 끝난 이후에도 한(조선)반도로 돌아오지 못하고 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에 남아 ‘식민지-시간’을 살아야만 했던 코리언이다. 이들은 여전히 피식민지인으로서 일본이라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차별을 받아야 했다. 그런 이유로 재일 조선인 1, 2세는 일본에 대한 저항의식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재일 조선인 3세 역시 오늘날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차별과 배제로 인해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인정투쟁으로서의 저항의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저항의식은 일방적인 희생자이기보다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삶에 대한 지향 속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1, 2세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들의 가치지향성은 한(조선)반도라는 조국지향성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일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공생지향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이들은 오히려 ‘국가=정체성’이라는 국가중심주의적 사고를 벗어나 있으며, 일본이라는 국가뿐만 아니라 한국 혹은 조선이라는 국가와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것도 부정한다. 이들은 국가 혹은 민족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재일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자신들의 삶 속에서 새롭게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코리언의 민족적 합력 창출을 위해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차이로서 타자의 타자성에 대한 인정과 탈중심주의와 객관화를 통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즉, 분단국가주의 혹은 한(조선)반도 중심주의의 관점에서 이들의 정체성을 재단하려는 시도를 벗어나려는 ‘국민국가에 대한 초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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