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행정권 이양의 의미는 점령의 종식이자 새로운 한미관계의 시작이라는 데 있었다. 특히 ‘재정이양협정’은 단순히 재정의 이양 뿐 만 아니라 한국정부의 운영방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행정권 이양절차이자 그 함의를 담고 있었다. 이를 통해 한국정부는 행정권을 확보하고 국제적 승인을 얻었지만, 동시에 미국의 대한정책 시행을 뒷받침하며 제한된 행정권한 만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는 냉전체제 속에서 수립된 미국의 대한정책과 분단정부로서 국내외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한국정부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였다. 미국이 행정권 이양을 준비하며 재정에 주목하였던 이유는 재정이 정부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서 한국정부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군정은 재정권한을 장악함으로써 점령기간 실질적인 행정권한을 보유하였다. 이와 함께 미군정은 점령 종식 이후의 국가관계를 염두에 두고 재정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는 한국정부 수립 이후 미국의 대한정책 운용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점령 이후에도 한국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정부는 미군정의 재정을 구분하여 이양함으로써 그 사용권한을 제한하였고, 이를 ‘재정이양협정’에 명시하였다. ‘재정이양협정’에 담긴 재정운영에 대한 규정들은 전후 냉전체제 하 미국의 對동아시아 정책, 대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한국정부의 경제정책 뿐 만 아니라 전반적인 운영을 제한하였다. 실제로 ‘재정이양협정’이 발효되자 무역정책의 추진, 귀속재산의 운영, 원조물자의 관리 등과 관련한 한국정부의 권한에 제한이 가해졌다. 한국정부는 ‘재정이양협정’이 이후 정부 운영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협정의 체결을 신속히 추진하였다. 이는 분단정부로서의 성격을 반영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즉, 북한을 경계하며 신속히 행정권을 확보하고, 유엔으로부터 정부승인을 받음으로써 국내외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재정이양협정’이 준비되고, 체결되는 데에 한국정부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선택할 여지가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정부 역시 이 협정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협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수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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