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유항림의 해방 전 소설의 분석에 주안점을 두고 출발했다. 지식인들의 ‘방황’과 ‘무력감’이 그의 소설에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구명하는 문제는 유항림의 소설 연구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특히 본고는 유항림의 해방 전 소설들 분석에 주안점을 두되, 그의 소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연애’ 모티프를 통해 그것이 갖는 상징성과 문학적 함의를 추출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유항림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혹은 유형적으로 지식인의 ‘방황’과 ‘권태’ 그리고 ‘연애 모티프’가 각기 서사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유기적으로 잘 융합된 경우도 있지만, 소설의 서사 구조상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토록 치열하게 자기 검증을 하던 탐색과 회의의 끝에 확인한 이념의 실체는 불분명하게 처리된 채, 갑작스럽게 여성을 향한 남성의, 혹은 남성을 향한 여성의 열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결말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념적 열정에 대한 물음이 남녀관계에 대한 열정으로 귀결되는 구조가 갖는 상징성과 문제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것을 포함하여 그의 작품 「마권」과 「구구」, 그리고 「부호」와 「농담」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측면은 대별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였다. 작품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지만, 후자는 전자에 비해 약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발표했다는 단순히 창작 시기의 전후 관계 외에도 인물의 내면에 현실에 안주하거나 순응적인 지식인으로서 전락하지 않으려는 열렬한 도덕의식으로 무장되어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담화의 구성방식에 있어서도 「부호」와 「농담」은 소설의 주인공을 인물소설가(character as novelist)로 등장시켜 해석적 수준에서 역사(현실)을 평가하고 이에 비추어 자신을 평가하도록 주체적 시도를 한다. 당시 소설의 구성과 담화방식 면에서 참신성과 차별성을 확보한 경우다. 또한 예술창작의 매개화와 알레고리, 그리고 부조리한 삶의 실체를 드러내는 위장술은 지식인의 자의식 및 정체성의 복원의지와도 관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을 지닌다. 유항림의 소설은 큰 틀에서 보면 이른바 ‘단층파’ 소설의 범주에서 볼 수 있지만, 유항림의 소설만이 갖는 또 다른 독자성과 변별성을 지니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항림 소설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연구는 해방 후 혹은 북한에서의 문학 활동까지 포함하여 연구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후일의 과제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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