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탈북 트라우마가 개인적 트라우마로 환원되지 않으면서도 또 동시에 난민/이주민과 구분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입국 ‘탈북자’가 지닌 존재적 특수성과 그 존재가 세계와 맺는 관계를 고려하면서 ‘탈북 트라우마’ 개념을 시론적으로 정립하고 나아가 그에 대한 치유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선 탈북 트라우마를 탈북과정에서 겪는 외상적 경험에 의한 것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난민 트라우마와 구분되지 못하게 만들면서 변별점을 상실한다. 왜냐하면 한국입국 탈북자는 ‘민족적 동일성’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난민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탈북 트라우마는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면서 동일성의 욕망이 좌절되면서 발생하는 트라우마와 절합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한국 주민들의 인식적 차원의 구분짓기가 아니라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구조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탈북 트라우마는 개인을 초월하여 있는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집단 트라우마’로 접근해야 한다. 문제는 탈북자들 스스로가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대응하는 방식이 오히려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 입국한 후 한국의 주민으로 동일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강박적이고 원한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북을 적대적으로 타자화 한다. 하지만 그러한 타자화는 역설적이게도 한국 사회 내에서 이들을 고립시키고 심지어는 상품화하는 것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트라우마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나아가 치유할 수 없게 만드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고 만다. 그렇기에 탈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탈북자 스스로 북으로 향해 있는 파토스의 에너지를 한국사회와의 연대성을 형성하는 것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주민들이 여전히 이들을 북의 주민과 동일시하면서 타자화한다면 거세 공포를 지니고 있는 탈북자는 주체적으로 ‘말하기’(Logos)를 시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탈북 트라우마의 치유는 탈북자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 구조로 인해 한국 사회에 고착화되어 있는 분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할 문제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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