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40~1950년대 북조선에서 호명되었던 ‘해방기 대표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북조선에서 출판된 1940~1950년대 저작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었던 시는 정문향의 「푸른 들로」(1946)와 조기천의 「백두산」(1947)이었다. 조기천의 서사시 「백두산」은 1947년에 『로동신문』에 연재된 후, 지속적으로 개작과 재개작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해방 후 수령형상문학의 새로운 단계를 열어놓은 의의 있는 작품’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정문향의 서정시 「푸른 들로」도 여러 번 개작되었는데, 현재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조선 중심의 역사로 재해석되고 있다. 또한 북조선 문예학자들이 공동집필한 최초의 조선문학사에 해당하는 1950년대 『조선 문학 통사(하)』(1959)에서도 냉전 체제의 압력에 의해 냉전 체제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방향으로 시편들이 개작되었다. 북조선의 대표시가 개작되듯, 북조선의 평론이나 그 연장선상의 북조선 문학사도 이렇게 재구성된 시를 중심으로 재해석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를 지배한다는 것은 미래를 지배하는 일이며, 미래를 지배한다는 것은 현재를 지배하는 것이기에, 이는 지극히 당연한 원리이다. 현재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과거의 조정은 불가피한 것이기에 말이다. 이러하듯, 『조선 문학 통사(하)』(1959)는 이를 예증하는 북조선 첫 집체작 문학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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