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탄생한 남북한의 헌법은 헌법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의 분할 통치이후 자유와 공산이라는 양 진영 간의 체제경쟁 속에서, 단독정부수립과 단정반대라는 민족적 담론과 각자의 우월적인 체제 선전을 위하여 탄생한 정치․규범적 산물이다. 일찍이 우리의 역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국가와 이념에 관한 정치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의 헌법은 새로운 국가가 탄생할 당시 그 시대적 가치와 정치, 경제 등의 사회적 환경을 규범적으로 정리하여 제정되기 때문에 국가형태와 통치구조는 헌법제정권자의 선택의 문제이자, 향후 국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최고의 규범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헌법은 지금까지 아홉 차례의 개정을 했다. 제정당시의 국가형태와 이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 등 우리헌법이 지향하는 근본가치 등이 변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헌법 역시 사회주의 개조작업 이후 인민민주주의헌법에서 사회주의헌법으로 개정하였으나, 헌법제정권력에 근본적인 변화나 정변(政變)으로 인한 통치권력의 교체, 국가체제 등이 바뀐 것은 아니기에 북한헌법의 제정과정과 헌법초안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헌법사적인 범주 내 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통일을 논의함에 있어서 1948년 북한헌법 제정 당시, 초안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주권재민의 원칙’과 ‘사유재산보호’, ‘법 앞에 평등’ 규정 등은 지금의 북한헌법에는 그러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통일헌법을 구상하는데 있어서, 현재의 남북한의 헌법을 가지고 비교, 논의하기보다는 오히려 해방직후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논의되었던 헌법 초안 등을 비교해 볼 때 상호간의 공통영역이 보다 넓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상이한 국가체제와 이념, 그로인한 헌법을 비롯한 법체계의 간극이 분단의 세월만큼이나 깊다면, 이제 다시 분단직후의 상황으로 회귀하여 남북한의 헌법을 비교해 볼 때 비로소 더욱 많은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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