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한반도 전역에서는 많은 전염병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그 중 1946년 콜레라의 창궐은 방역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해였고 북한당국은 이에 대해 최초의 대규모 방역사업을 전개했다. 소련은 콜레라방역활동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보건위생행정 전반을 지원했다. 이 같은 후원 속에 북한은 방역위원회체계를 상설화하고, 위생방역체계를 중앙단위에서 지역 기층단위까지 유기적으로 조직해나갔다. 아울러 북한당국은 식민지 보건행정에 대한 재편과 전통적 위생관 개혁을 통해, 대중이 위생방역사업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은 식민유제의 정리, 보건위생행정의 독립과 행정계통의 이원화, 공안행정의 일제잔재척결운동 등으로 식민행정과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로서의 차별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한 위생선전활동을 통해 미신퇴치운동을 전개하고 ‘근대적’ 위생관을 교육했다. 이를 통해 지도부는 대중이 자신의 위생을 책임질 수 있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방역활동과 국가건설의 주체로 위치 지우고자 했다. 이는 우호적 소련관을 통한 사회주의 지향의 ‘인민’ 의식 창출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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