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사회는 김정은 체제의 기초적 성격과 특징을 형성하는 과정 중에 놓여 있다. 본고는 김정은 체제가 안착되는 시점 이후 북한의 공식 방송인 조선중앙TV에서 방영한 TV드라마(「기다리는 아버지」, 「소년탐구자들」,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를 분석하여 이에 반영된 김정은 체제의 욕망을 추적하였다. 이때 북한의 예술은 당의 기획과 검열 과정을 통해 내놓는 체제선전을 위한 산물이라는 특수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김정은 체제의 TV드라마도 그러한 북한의 예술적 특징을 답습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그 결과 최근 북한 TV드라마에 김정은 체제의 욕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우선 「기다리는 아버지」는 주요 배경이 ‘사회주의 문명국’을 가시화하는 현재적 성과들임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체제가 북한사회 내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김정은의 젊고 친근한 지도자 이미지 노출 및 인민에게 문화 혜택이라는 국가 비전을 전달하려 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공상과학 장르와 CG를 활용해 제작된 「소년탐구자들」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통한 과거 호명’이란 핵심 내용을 통해 논리를 생략하고 비약으로 인한 서사 전개의 결절이 확인되었으며 이를 북한사회 내 과거의 혁명 세대와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의 새 세대의 공존에 있어서 야기되는 갈등을 은폐하는 극단적 봉합으로 해석하였다. 한편 북한의 TV드라마들이 체제를 선전・선동하고 이를 통해 체제 결속력을 높이기 위하여 수용자의 공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여 북한사회를 살아가는 인민의 공감을 요구하는 현실적 문제가 북한 TV드라마에 반영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므로 북한 TV드라마에 김정은 체제의 욕망과 혼재되어 나타나는 인민 현실 문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에서 화제성이 높았던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을 분석하여 인민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다. 주인공의 지방 전출에 대한 주변인의 오해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북한사회에 만연한 개발 불균형의 문제를 암묵적으로 전제하며, 개인의 지적 능력이 공적 자산이 아닌 사적 자산으로 여기는 대사들도 확인되었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을 요하는 북한사회의 집단주의 성향을 희석할 단초로 해석할 수 있다는 여지로 보았다. 세 편의 TV드라마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재능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이는 김정은 체제 북한사회가 직면한 현실 문제 즉 국제적 고립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국가나 사회적 차원이 아닌 개인 재능으로만 해결하라고 부추기는 김정은 체제 정치력의 한계를 엿볼 수 있도록 만든다. 이처럼 김정은 체제는 북한TV드라마를 통해 북한사회의 현실적 문제와 갈등을 은폐하고, 정치력으로 해결할 문제들을 오히려 ‘서사’를 통해 ‘위로’하거나 인민 개인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보이고 있다. 본고는 이것이 북한 내부의 현실 문제를 어느 정도 체감할 인민들에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행위로 파악될 수 있으며, 그리하여 체제 결속을 위한 선전・선동이 오히려 체제에 대한 불만 요소를 가중케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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