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북한의 남한 지역 점령통치 기간에 실시된 선전선동사업에 주목하여, 특히 문화(인)의 동원양상을 『해방일보』를 통해 살펴보았다. 소위 ‘적치 90일’로 알려진 이 기간을 전쟁의 의미화가 진행되는 과정으로 보고, 점령기 미디어와 문화․문학 활동에 나타난 특징을 논의한 것이다. 북한은 전쟁 초기부터 선전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방위적이고 총력적인 선전활동을 실시했다. 북한은 전전 5년간의 문화사업을 바탕으로 선전원-문화선전실-서클사업의 연계 체제를 구축했고, 하부 조직이나 선전원을 선전대상에 따라 분류 배치하였다. 실제 선전활동에 있어 공연예술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소대로 편성되어 지방을 순회할 때는 기동성에 유리한 음악과 무용이 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문화예술가들의 동원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문학인들의 경우에는 전선으로 출동하여 종군기자․작가가 되거나 신문․방송에 선전의 텍스트들을 생산했다. 이태준과 임화는 종군기, 시 등을 통해 전쟁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표상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서울을 학대받은 도시로 의미화함으로써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했던 것이다. 한편 점령기 미디어에는 남북의 사회와 예술을 비교하는 서술이 두드러진다. 북한과 소련의 문화예술은 모범적이고 우수한 것으로, 남한의 그것은 후진적인 상태임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구도를 남반부 예술인에 의해 말하게 함으로써 북한이 옳았다는 것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남북의 비교 서술은 어쩔 수 없이 남북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조 속에서 작동하였고, 이 구별이 일상적으로 계속되는 동안에 ‘적치’의 의미가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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