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득은 193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활동한 여성 작가이다. 이제까지 임순득의 일제말기 문학은 반(反)파시즘과 저항적 민족주의를 실천한 사례로 고평되었고, 해방 이후 북한의 작가로서 창작한 소설은 북한 국가 체제와 여성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그려낸 수준작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문학사에서 임순득은 삭제된 작가에 속한다. 이와 같은 임순득 연구사는 남한/북한의 민족문학 구성과 여성문학의 관계를 되짚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 논문에서는 임순득의 문학 텍스트를 시대적 상황과 수록 매체의 성격, 당대 문단의 주류 담론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재독해함으로써, 임순득 문학 속 여성성이 식민지 시기-해방기-전쟁기 젠더정치의 역학 속에서 지니는 의미를 규명하고자 했다. 우선, 임순득이 그려낸 여성해방이 민족해방과 반드시 일치한 것은 아니었으며 제국 일본의 국민 형성 원리와도 합치되지 않는 자리에 있었음을 살펴보았다. 또한 해방 이후 북한의 민족국가 성립 과정 속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창작을 하고자 했음에도, 여성적인 시각이 문제시되는 한편, 남성 작가에 의해 그것이 교정(다시 쓰기)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임순득 문학은 시종일관 국가주의적 젠더정치의 좌장 안으로 소환되었으나 오히려 국가의 경계나 외부를 환기하였다. 이에 대한 당대 문단의 반응과 후대의 연구 경향은 남북한의 민족문학사가 특정한 여성성을 선택하고 배제하는 가운데 구성된 것이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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