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은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중요한 이데올로기로, 한국 문화의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것은 장편 만화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1970년대 말에 한국 만화영화에서는 계몽과 선전의 역할을 수행하는 ‘반공만화영화’가 등장하게 되었다. 반공만화영화는 실제 발생한 사건을 차용함으로써 당대의 관객에게 만화영화의 사건이 현실과 접합된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공산당으로 인해 가족을 잃는 주동인물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게끔 한다. 이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북한공산당에 대한 위기의식과 공포를 조장하는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었다. 그리고 관객의 위기의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반공을 제시한다. 여기서 반공은 비인간적인 공산당에 비해 휴머니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려졌으며, 보다 높은 수준의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점에서 우월성이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관객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그것을 해소하는 반공사상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반공만화영화는 계몽․선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낸다. 반공만화영화는 침체기에 접어든 만화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관객을 확보하면서도, 만화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방책이었다. 반공만화영화는 선전의 기능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수행해 냄으로써 한국만화영화의 새로운 존재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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