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지금까지 한국 현대소설연구사에서 개별작품론으로 다루어진 적이 없는 현경준의 데뷔작『마음의 太陽』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론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월북작가이자 재만조선인작가인 현경준은 카프에 대한 제2차 검거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 신문연재소설로『마음의 太陽』을 발표했는데, 이는 일제의 감시와 검열을 피하면서 사회주의적 이념에 토대한 소설 창작을 수행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 멜로드라마적 애정소설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이념지향적 주의자소설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신문연재소설의 멜로드라마적 특성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선명한 이분법적 대립구도, 주인공을 둘러싼 남녀 간의 삼각관계,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끝내 성취하게 되는 숭고한 결말 등은 이광수의『無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적 서사구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소설창작 이력에 있어서『無情』이 갖는 영향관계를 고백한 바 있는 현경준은『마음의 太陽』에서 대중적인 신문연재소설에 걸맞는 멜로드라마적 서사구조를 수용했지만, 주의자소설로서의 독창적인 스토리와 주제의식 또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음악과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주의자 주인공에게서 나타나는 실명(失明) 모티프가 나타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다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태양’이 상징하는 궁극적인 의미는 그 어떤 불구성도 극복할 수 있는 신념으로서의 예술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소설의 면모도 나타내고 있는 이 소설에서 화가인 주인공은 실명이라는 불구적 상황을 음악이라는 또 다른 예술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하는데, 이는 사회주의문학운동에 대한 사상적 억압을 문학의 예술정신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했던 현경준의 작가의식을 상징적으로 유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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