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김시종의 장편시집『니이가타』에 나타난 ‘바다’를 중심으로 냉전과 분단을 넘는 그의 시적 고투를 살펴보았다. 일제 강점기 원산에서 태어나 황국소년으로서 유소년시절을 보낸 김시종은 청년시절 제주에서 4.3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그 복판에서 생존하기 위한 도일(渡日)의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재일조선인의 삶을 살아왔다. ‘재일(在日)하다’의 동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일본에서 김시종의 삶은 한때 일본 제국주의의 피식민인으로서 억압적 차별 아래 일본의 비국민(非國民)이란 민족적 차별을 온몸으로 감내하였다. 더욱이 그는 4.3사건으로 표면화된 대한민국 건립 과정에서 구제국주의 일본에 이어 등장한 신제국주의 미국에 의해 새롭게 재편되는 아시아태평양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에 따른 한반도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김시종의 『니이가타』의 ‘바다’의 심상과 관련한 정치적 상상력에서 보이듯, 재일조선인으로서 그는 한반도의 분단으로 이뤄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 모두 비판적 거리를 두면서 분단과 냉전을 극복한 세계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재일조선인을 짓누르는 일본의 국민주의와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억압적 차별의 문제점을 예각적으로 묘파한다. 그리하여 김시종은 식민제국의 언어를 내파(內破)하는 ‘복수(復讐)의 언어’로써 분단과 냉전의 질곡을 넘는 시적 고투를 펼치고 있다. 이것은 舊제국주의인 일본과 新제국주의인 미국 아래 식민주의 근대를 경험하며 그 자체가 지닌 억압과 모순 속에서 반식민주의의 시적 실천을 수행하는 김시종의 시문학이 일본 시문학의 경계 안팎에서 보다 래디컬한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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