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남북분단이라는 지점에서 한정적으로 읽혔던 박조열의 희곡 작품을 다시 살펴보고, 그의 다른 글쓰기들과 연결하여 남한에서 가지는 그의 독특한 작가적 위치와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구상되었다. 박조열이 보여주는 경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이는 어떠한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의 단초가 된다. 허나 실상은 완전히 단절될 수 없으며, 호미 바바가 말하는 것과 유사한 제3의 공간인 경계지대가 만들어진다. 이 경계지대는 양극단의 구별이 없고 나아가 경계 자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 위치한 사람들을 경계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박조열의 작품을 이해한다면, 그는 단순히 분단과 같은 경계를 그려낸 것이 아니라, 자신과 유사하게 경계로 인해 경계지대에 놓인 경계인들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다루는 문제가 정치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공히 그의 작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정치적인 문제를 꺼낼 때면 그는 검열의 문제와 마주해야 했고, 이에 대해 박조열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함으로써 대항적 입장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연극적 형식 실험은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러나 기록극에 이르러 그는 남북한의 정치적 이념을 표면적으로 다루면서, 남한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통합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지점에서 작가 박조열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성과와 한계를 함께 고려할 때, 경계인으로서 박조열의 글쓰기가 남한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분단을 포함한 경계에 대한 그의 관심과 검열에 대한 대항은 남한 사회에서 그의 글쓰기가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독특한 의미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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