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식민지 시대 함경남도 ‘북청’의 지역성과 그 장소성을 지역적 정체성을 표상하는 도구로 사용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자 한다. 역사적 삶의 공간으로서의 함경도 ‘북청’과 이러한 공간성이 작품에 투영되어 아이덴티티로 발현되는 ‘함경도’성을 통해 식민지 경성에 대항하는 공간적 대항지로서 유의미한 해석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식민지인들에게 북청은 북청 물장수로 대표되는 억척스러움과 강인함의 상징이었고 북청인들은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하여 그들만의 유대를 형성한 입지전적 이주민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현실적 고통을 교육을 통한 미래적 비전으로 전환시켰으며 스스로 북청인으로서의 긍지가 가득했다. 지역문학의 방법론으로 북청의 지역 정서를 증명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어야 할 작가가 송계월이다. 송계월의 소설과 수필은 고향 북청을 배경으로 하는 글이 많다. 단순히 고향의 풍경을 점묘(點描)하거나 애정 어린 향수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 환경에 대비한 강인한 생활력과 정신력을 찬양하며 과도기 조선인들의 나약한 정신력에 대비하여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지향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북청에서의 유년 시절은 송계월의 사상 형성에 주요한 동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함, 근면함, 높은 교육열 등의 북청 지역성은 식민지를 타계할 수 있는 민족정신의 지향점으로 제시된다. 특히 송계월은 자본주의의 기세를 물리칠 대안으로 함경도 여성의 ‘노동을 통한 경제적 독립’과 ‘교육열’을 제시한다. 함경도 여성의 ‘찔악’의 정체성은 ‘우주라도 혼자 정복하리라’는 굳세고 강인한 정신의 지역적 별칭으로 정신과 물질의 자립, 미래에 대한 투자를 통해 탈식민의 대안적 가치로서 제시되었다. 송계월의 기질과 지향은 북청의 역사적인 전통과 지리적, 문화적 환경에 영향을 받은 바 크다. 송계월은 함경도적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이것이 당대 현실의 모순을 타파할 수 있는 지향적 이데올로기였음을 자각하였다. 깊은 사고를 바탕으로 한 강인한 행동성, 노동의 신성성, 교육의 미래성 등은 북청의 지역성을 하나의 이념으로 받아들인 송계월의 실천적 지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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