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51년부터 14년간 진행되었던 한일회담을 대일외교정책에서 친일로의 불가역적 경도라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승만 정부의 반일적 태도가 장면 정부와 박정희 정부로 이동하면서 친일적 정책으로 변화했다는 기존의 일반적인 인식에 따르지 않고, 이들 전체를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동아시아 냉전 구도의 정착 과정이라는 넓은 관점에서 검토한다. 북한을 제외한 채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미일 사이에서 전개된 한일회담은 한반도의 냉전을 고착화시켰고, 나아가 한국의 국가적 정체성의 핵심에 자유가 자리 잡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추진했던 한일회담은 역설적으로 내부의 타자 일본에 대한 사유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은 일본의 자금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식민지의 기억은 화해와 극복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 국가적, 민족적 담론에 회수되지 않는 수많은 분열과 고통의 경험은 망각되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식민주의의 완전한 그리고 최종적인 해결을 선언했지만, 타자를 배제한 채 관계를 구축한다는 한일회담의 아이러니는 여전히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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