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에서 항일가요가 ‘혁명가요’로 계승·변용되는 과정을 음악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그 이면에 작동한 기억 정치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 대상은 조선노래대전집에 수록된 항일혁명가요와 불후의 고전적명작, 혁명적 아동가요 등이며, 관련 출판물과 공연예술 자료를 함께 검토하였다. 방법론적으로는 곡의 분류와 주제, 보급 과정을 검토하고, 이를 북한의 정치·이데올로기적 맥락과 연계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항일혁명가요는 체제 형성 초기에는 비중이 크지 않았으나, 1950년대 중반 김일성 권력 강화와 맞물려 제도화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1953년 전적지 조사단 활동, 1956년 이후의 악곡 채보, 1959년부터의 혁명가요집 출판은 항일가요의 수집·보급 체계화 과정이었다. 이후 김정일 시기에는 혁명가극, 혁명적음악무용서사시극, 다부작예술영화 등으로 확장되며 일종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이 전개되었고, 이를 통해 혁명가요는 대중의 집단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본래 항일가요는 일제에 저항하고 민족의 독립 의지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으나, 북한 체제에서는 수령 형상화와 독재 정당화, 반일·반미 선동의 도구로 변모하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항일가요가 독립운동의 산물에서 북한 정치권력의 문화정치적 장치로 변한 과정을 밝히고, 더 나아가 분단 이전 한민족이 공유한 음악유산의 의미를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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