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북한 인민 그 자체를 인격화된 기억으로써,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의 부재를 ‘식민 기억의 재현(再現)’이라는 역사성/동시성의 시간 흐름에서 조명해보는 사회학적 연구이다. 이 연구는 북한 인민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자신들의 의식주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체제의 정당성과 정권에 대한 인민의 절대적 지지 원천이었던 국가배급체계는 와해되었다. 이는 공식기억에 심각한 균열을 가하고 이념과 현실의 간극을 극대화하였다. 배급체계가 명줄이었던 북한 사람들에게 국가배급체계와의 단절은 국가의 부재를 의미한다. 북한 인민이 체감하는 국가의 부재는 고아의식으로 표출되었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고아의식을 ‘심리적 국가 부재’로 정의하였다. 또한 꽃제비, 유랑민, 토막민 등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등장한 인간 군상을 ‘주인잃은 인간’으로 정의하였다. ‘심리적 국가 부재’는 사회 전반에 식민 기억을 활성화하였고,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식민지 백성과 비교해보며 체제의 모순을 깨달아 갔다. 북한 인민이 체감하는 국가의 부재는 수령/국가는 허구적 개념임을 깨닫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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