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해방기 지역문학의 성격을 설창수의 지역문학론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해방기 지역문학은 주장과 결과가 불일치하는 역설적 성격을 보여준다. 좌익이나 북한의 경우 ‘지방문화’와 문학의 확산을 강조했지만 이는 오히려 지역에 대한 중앙의 통제 강화로 이어졌다. 『응향』 사건이 이의 대표적 경우라 할 수 있다. 우익의 경우는 지역문학에 별다른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 점에서 지역의 자생적이고 개성적인 문학이 가능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해방기의 좌익과 우익의 민족문학 담론은 공통적으로 민족이라는 단일하고도 보편적 단위를 전제한 것이었으므로 지역문학이라는 특수성의 문제는 사실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역’문학이라는 특성상 ‘지역문학’에 대한 관심은 지역의 중대 관심사일 수는 있었지만, 중앙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성 설창수의 활동은 해방기 지역문학 연구에서 매우 귀중한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해방기 경남 진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한 그는 지역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에 연계해 지역문학 수립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이 시기 타 지역의 문학운동이 지역문학의 목적과 수립 방식에 대해 이렇다 할 이론적 전개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에 비한다면 설창수의 노력은 단지 진주 지역의 지역문학 수립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라 해방기 지역문학론을 대표하는 예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지역문학을 민족문학의 차원에서 사유했으며 그의 전인문학관은 ‘전인’을 민족과 인류, 신성을 포함하는 전일체로 규정하면서 부분과 전체, 개인과 집단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한 문학관이었다. 청문협의 민족문학과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순수를 지양하고 ‘전선참획(全線參劃)’을 주장한 문학론이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설창수의 문학운동과 이론은 좌익과 북한 문단의 문학이론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일체, 문관일체, 문민일체, 문학일체, 문건일체로 이루어진 일체오원칙(一體五原則)은 좌익의 지방조직과 중앙조직의 긴밀한 연계, 문인들의 관료화와 정치화, 인민에 복무하는 예술과 문예대중화, 민족국가 수립을 전제로 하는 민족문학의 건설 등의 방향과 그 실행 방법이나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가 내세운 ‘전인문학론’에 있었다. ‘전일체’를 주장한 이상 문학은 이를 둘러싼 제반 환경 및 제도와 긴밀한 연관을 지녀야 했고, 이는 실천적 측면이 강조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체(一體)’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설창수의 문학론과 좌익의 문학론은 상사적(相似的) 면모를 보여주게 된 것이다. 더불어 개인에서 민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인류와 신의 단계까지 포괄하는 문학론이 민족문학론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의 여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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