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북한의 사회과학원 소속 고고학연구소에서 발행한‘조선고고학총서’(전 60권)의 제1권은『총론』이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이『총론』에는 해방 이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북한 지역에서 이룩된 고고학적 사업의 성격과 그에 따른 성과가 종합적으로 집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고고학사의 시기 구분 체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어 주목된다. 『총론』에서 채택하고 있는 시기 구분 체계에 따르면, 현재의 북한 고고학은 해방 이후부터 오늘에 이르는 동안 7단계의 변화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온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총론』에서 언급된 북한 고고학사의 시기 구분은 정치적 사건이나 변동, 예를 들어 정전협정, 조선노동당 대회, 김일성 사망, 김정일 정치 체제의 출범 등과 같은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매우 긴밀하게 연동되어 체계화되었고, 이러한 요소들은 북한 고고학의 성립 과정을 고찰하는데 있어 특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1970년대부터는 주체사상의 확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고고학 연구 사업의 주요 방향과 과업을 설정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북한 고고학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적인 논리는 하나같이 주체사상과의 일관된 접목을 통하여 전개되어 왔다. 현대 북한 고고학의 성립 과정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물질문화를 연구하는데 활용되었던 방법론적인 근거가 시기에 따라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파악한다면, 그러한 변화는 맑스–레닌주의적 방법론에서 주체적 방법론으로의 전환 및 심화라는 과정을 거치며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변화를좀더세분하면,“ ①맑스–레닌주의적방법론적용의모색단계, ②맑스–레닌주의적방법론에서 주체적 방법론으로의 전환 단계, ③ 주체적 방법론에 의한 북한 고고학 체계의 확립 단계, ④ 단군릉 발굴과 개건으로 상징되는 변혁 단계”로 구분된다. 그리고 북한 고고학사의 편년적인 틀에서 그와 같은 각 단계의 성격을 이해할 때, “첫째 단계는 초기의 북한 고고학(1945~1953), 둘째 단계는 형성기의 북한 고고학(1954~1970), 셋째 단계는 확립기의 북한 고고학(1971~1992), 넷째 단계는 변혁기의 북한 고고학(1993~현재)”에 각각 해당하는 것으로 설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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