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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曉風’이 불지 않는 곳: 염상섭의 『無風帶』 연구

Study on Moopoongdae: where ‘Hyopoong’ doesn’t blow

상세내역
저자 안서현
소속 및 직함 서울대학교
발행기관 한국현대문학회
학술지 한국현대문학연구
권호사항 (39)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57-184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염상섭   #해방기   #무풍대   #효풍   #냉전   #탈식민   #안서현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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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염상섭의 『無風帶』는 그동안 연구자들의 논의대상이 되지 못했던 새 자료로, 『曉風』과 『亂流』사이에 위치하는 장편연재소설이다. 이 텍스트의 발견을 통해 염상섭의 단정 수립 이후 현실인식 변화 및 창작을 통한 현실대응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효풍』 이후 염상섭 소설이 쇄말적인 일상과 세태의 묘사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기존의 평가가 다소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풍』의 제목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고 있었다면 바로 다음 해에 쓰여진 소설의 제목이 『무풍대』라는 점은 다분히 시사적이다. 『효풍』을 쓸 무렵 단독선거반대운동에 참여하였다가 필화를 겪는 등 적극적인 면모를 보였던 염상섭은 이후 단선저지에 실패하는 등 분단극복 희망이 보이지 않자 점점 현실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며, 이러한 그의 현실 인식 변화가 제목에 암시적으로 기입되어 있다. 『무풍대』는 『효풍』과 유사하게 이중의 삼각관계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있다. 여의사 원영을 중심으로 하여 식량영단 사원인 기창과 검사 명호 사이의 삼각관계를 서사의 한 축으로 하고, 기창의 전처인 정임과 기창, 원영 사이의 또 다른 삼각관계를 다른 한 축에 놓고 있다. 그리고 서사적 갈등의 중심에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인해 위기에 놓인 정임과 기창의 부부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어 염상섭의 「離合」, 「再會」 등의 다른 해방기 소설들에서와 같이 이념 대립을 젠더적 관계로 전유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효풍』에서 혜란의 부가 북한에 다녀오려다 붙들려온 사윗감 병직을 마뜩찮아 하는 가운데 받아들여주는 것과는 달리, 『무풍대』는 남북협상에 따라갔다 왔다고 하여 기창과 결혼한 며느리 정임을 숫제 죽은 것으로 치부하는 기창 모의 시각을 통해 이념의 경화(硬化)와 함께 냉전의 심리구조가 더욱 일반화·심화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5.10 선거에 출마한 원영의 오라비 태영의 인물 형상화를 통하여 남한의 기회주의적 정치 풍토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고 있으며, 특히 방공(防共)을 위해 조속한 농지개혁을 시행한 남한 정부의 전략도 풍자적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효풍』에서 박병직에 의해 제시되었던 ‘분단극복을 위한 조선학’의 비전을 ‘부르주아 독재의 혼탁상을 그려내기 위한 남한학’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는 다시 『난류』와 『취우』에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