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적 군사행태가 지닌 고유한 패턴을 추적하기 위한 대안적 방법론으로 본 논문은 전략문화 이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전략문화 이론의 기본적인 주장은 “특정국가의 군사정책 결정은 해당 국가의 문화적·역사적 배경 같은 관념적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체성이나 위협인식, 규범 같은 관념적 요인에 의해 ‘구성된 이익’을 물리적인 이익이나 안보상의 이점보다 오히려 우선시하는 경향마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략문화 이론의 방법론적 논의를 참고해, 본 연구는 북한의 전략문화 인식틀을 추적하기 위해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키텍스트로 삼았다. 『세기와 더불어』의 전체 텍스트 가운데 군사전략이나 전술, 독트린, 군사력의 건설과 활용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총 390개의 단락을 추출해낸 뒤, 여기서 총 11개의 메시지를 골라내어 전략문화적 속성의 주요 메시지로 변별해냈다(정체성 및 위협인식에 대한 메시지 3개, 규범에 해당하는 메시지 4개, 정책선호에 해당하는 메시지 4개). 또한 네트워크 분석기법을 통해 이들 메시지 사이의 관계망을 도식화함으로써 북한의 전략문화적 인식틀 전체를 구조화·시각화하는 작업도 시도했다. 그 결과 도출된 주요 논리적 흐름은 다음과 같다. 미국과 일본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위협은 압도적이며, 북한은 이러한 위협에 상시적으로 포위된 국가다. 국제기구들 또한 이들 제국주의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존재일 뿐이므로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교적 수단으로는 평화와 자주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오로지 무장투쟁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는 낙관적 의지나 견고한 사상 같은 관념적 자산이 물리적 능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상대의 사기를 꺾고 아측의 의지를 강화해줄 수 있는 전략·전술·무기체계를 선호한다. 즉 상대의 핵심과 후방을 타격해 심리적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전략과 능력을 선호한다. 또한 객관적 상황이 불리할수록 예상치 못한 공세적 태도를 과시함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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