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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해방기 남북한 희곡의 젠더정치 연구

Gender Politics of South and North Korean Drama in Liberation Peri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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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지니
소속 및 직함 이화여자대학교
발행기관 한국극예술학회
학술지 한국극예술연구
권호사항 (40)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51-88
발행 시기 2025년
키워드 #해방기   #남북한 연극   #젠더정치   #민족국가   #민족담론   #섹슈얼리티   #멜로드라마적 과잉   #여성 노동자   #모리배의 아내   #현모양처   #헬로걸   #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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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고는 해방기 혹은 조국 건설시기라 간주되는 8.15 이후부터 한국 전쟁 이전까지 남과 북에서 발표된 연극을 고찰한다. 이 같은 접근은 상이한 체제의 특수성을 간과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당대 연극인들은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없었으며 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공통적으로 민족국가의 건설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수 있다. 또한 당시 남북한의 연극은 창작주체가 전환기 연극의 임무를 고민하여 관객을 계몽하고자 했던 결과였고, 여성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젠더정치가 작동되는 양상에서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체제의 연극은 함께 논의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본론에서는 남한과 북한체제의 극 모두 건국의 동지와 교정 대상으로 여성 인물을 이분화한다는 점에서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런데 해방기 민족담론과 젠더담론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의 극작가는 타락한 여성들은 배제하거나 강제로 회개시키는 동시에 동지로 포섭하는 여성 인물들의 육체성은 탈각시키면서 이들의 섹슈얼리티를 부정한다. 반면 남성들의 강인한 육체와 힘을 갈망하는 발화들을 텍스트에 반복적으로 삽입하면서 남성적 섹슈얼리티를 예찬한다. 당대 연극에서는 산업 현장과 문화 사업에 여성이 호출되지만 실질적으로 민족을 선도하는 것은 남성주체였으며, 극작가가 구상한 이상적 공동체란 수평적 동지애를 표방하나 결국 성차에 따라 위계화된, 남성화된 공동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방 후 전환기의 동원 논리하에 남성화된 민족국가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수치스러운 식민지 과거와 당대의 부정적 일면을 현시하는 여성들은 징치와 계몽의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런데 극 중 식민치하의 비극과 해방공간의 혼란을 대변하는 여성의 수난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당사자에게 부과되면서, 남성주체는 딸-누이에 대한 책임감을 덜고 신생 조선의 미래를 대변할 수 있게 된다. 당대 연극의 경직된 민족담론 안에서 여성은 진정한 해방을 맞지 못하고 재식민화, 재타자화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포섭하고 배제하는 전략이 극적으로 성공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민족의 호명 아래 섹슈얼리티를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은 모리배의 아내와 헬로걸을 축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타락한 여인들은 종국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처벌하는 등 마치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행동하면서 멜로드라마적 과잉을 이끌어낸다. 북한의 합평회라는 연극검열 장치가 포착하지 못했으며 남한의 연극에서도 발견되는 여성인물들의 흔적과 이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은, 종국에 해방기 극텍스트가 지향했던 숭고한 건국 도상에 잔영을 드리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