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에 정착했던 탈북자 중 상당수가 해외로 재이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대한민국의 보호탈북자로 영국 및 노르웨이로 이주했던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구술을 토대로 이들의 국제이주가 갖는 특징과 의미를 재구성하였다. 첫째, 탈북자들의 해외 재이주는 북한, 중국, 대한민국의 국가 폭력에 대한 ‘벌거벗은 생명’의 직, 간접적인 저항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반복되는 이주의 과정을 통해 탈북자들의 정체성이 ‘증식’된다. 국가 간 경계를 반복적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은 상황과 조건에 맞는 새로운 ‘자기’를 증식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이 공존하고 있다. 셋째, 반복적인 이주를 통해 새로운 삶을 기획하고자 하는 탈북자(인간행위자)와 분단장치, 관련국가의 이주체제, 전 지구적 압축과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통신기기 등과 같은 사물행위자들의 동맹에 의해 탈북-탈남-국제이주의 행위자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넷째, 탈북자들이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국적을 취득한 후, 다시 타국의 난민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분단장치가 이들의 정체성 증식과 정체성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으로 번역되고 있다. 다섯째, 국민과 난민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자연권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적주의적 관점을 넘어서는 사회적 기획과 실천이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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