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60년대 북한 연극계에서 연출법으로 제기된 행동분석법의 실체와 제작과정에서의 적용 구명을 직접목적으로, 국내 미소장 자료의 학계 보고를 간접목적으로 하였다. 연구결과 행동분석법은 북한에서 소련 유학파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된 연출법임이 밝혀졌다. 북한의 행동분석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책상 위에서의 분석을 최대한 줄이고 행동으로써 희곡과 인물의 초과제/최고과제/관통행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우와 인물간의 거리를 좁힌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북한의 설명에 의하면 탁상분석이 ‘나’가 아니라 ‘그’에 대한 분석이라면 행동분석은 ‘그’가 아닌 ‘나’로써의 분석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탁상 분석이 ‘역’에서 ‘나’로의 접근이라면 행동분석은 ‘나’에서 ‘역’으로의 접근인 것이다. 이를 위해 연출가는 배우에게 희곡에 제시되지 않은 상황을 다각도로 질문함으로써 배우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셋째는 에츄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에츄드가 진행되는 방식은 먼저 상황을 연출부가 제시하고 배우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즉흥적 대사와 행동을 함으로써 장면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흥에서 비롯되는 생생함이 무대에 옮겨지는 방식인 것이다. 이같이 김정일이 북한 문학예술계에 개입하기 이전, 특히 1960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 연극계에서는 새로운 연출방식인 행동 분석법이 등장하여 논쟁의 핵심이 되었다. 이 분석법에 북한 연극인들이 주목한 이유는 행동분석법이 분석 단계에서 배우와 인물간의 거리를 좁히고, 즉흥을 통해 배우의 생생한 반응을 이끌어 내며, 배우를 강압하지 않는 과학적 방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행동분석법은 김정일의 성황당식 연극이 도입되기 이전, 북한 연극계에 다양성, 끊임없는 탐구, 생산적 논쟁이 존재했음을 잘 말해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