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2013년 1~2월에 20대 초반의 탈북여성B를 대상으로 실행한 문학치료 활동 결과를 보고한 논의이다. 이 문학치료 프로그램은 탈북자이기 때문에 특정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데에 중점을 두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특수한 경험이 그 삶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자기서사를 건강한 방향으로 강화하는 데에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다. 자기서사의 건강성이 사람의 인생살이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문학치료학적 전제로, 자기서사의 건강성 회복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증진시켜서 탈북 경험과 같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하도록 하는 데에 주력하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인간 삶의 원형을 담고 있는 구비설화에 대한 치료대상의 이해 방식에 초점을 두고 그 자기서사의 특징을 포착하였다. 설화작품에서 대상이 잘 이해하는 지점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은 그 자기서사를 분석하는 작업에 실질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구비설화의 작품서사에 대한 이해 정도는 그 사람이 인간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일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인생살이를 운영하는 방식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비설화와 같이 인간 문제의 심층을 그려내는 작품에 대한 이해 방식은 우리 인생살이의 문제들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 연구는 2장에서는 문학치료 활동 과정을 소개하면서, 총5차례에 걸친 탐색 과정을 개관하였다. 그리고 3장과 4장에서는 탈북여성B가 잘 이해한 작품 <호랑이 눈썹>과 잘 이해하지 못한 작품 <역적 누명과 회초리>를 중심으로 구비설화에 대한 그녀의 이해 방식을 근거로 하여 자기서사의 특성을 추론하였다. 그 결과 그녀의 자기서사가 지닌 취약점은 ‘(현상적인) 이별은 곧 관계의 단절’, ‘대상의 거절-분노-복수’라는 서사에 고립되어 있어 다른 경로의 서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두 가지 사항은 서로 관련성이 높으며, 이 두 가지가 모두 반영된 그녀의 자기서사는 그녀가 만들어낸 복수형 <역적 누명과 회초리>와 유사한 형태일 것이라 판단되었다. 이와 더불어 그녀가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역적 누명과 회초리> 작품서사가 이해․기억되기 시작한 지점을 포착하여, 기존의 자기서사의 편폭을 넘어 다른 경로의 ‘서사로의 길 내기’를 시도하였다는 일정의 치료적 성과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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