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해방기에 그때까지의 민요 연구를 집대성한 고정옥의 『朝鮮民謠硏究』을 분석하여, 그의 민요 담론이 어떻게 당시 새로운 민족 정체성 형성에 긴밀하게 관여하며 구축되어 갔는지를 밝혔다. 그것은 서구(일본)의 국민문화운동을 선례로 삼아 민중의 노래인 민요에 기반을 둔 아래로부터의 민족문학의 창출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또한 문명이나 세계성, 보편성에 뒷받침되어 있던 문학에 대립되는 것으로서, 문화나 고유성, 일관성과 결부된 민요의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조선문학 미발달이라는 특수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방기 남한에서는 과거의 민요의 통시적 가치가 중시되었고, 그것을 새로운 민족문화 창출로 이어가려고 했던 고정옥의 시도는, 소련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기초한 민요 현대화 운동이 참조되었던 북한에서 실현되었다. 이때 고정옥은 아래로부터의 민족문화 창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민요뿐만 아니라 인민의 집단적 언어 창작물 전반을 의미하는 인민 창작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개념은 인민을 지배 권력으로 파악함으로써 당과 지도자와 일체가 되어 위로부터의 내셔널리즘의 구축과 연동되고 만다. 이때 인민 창작과 문학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관계성 속에서 통합되어 발전해 가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조선문학의 특수성은 이러한 세계문학의 보편적 발전 법칙 속으로 회수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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