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내재적 발전론의 형성과 전개를 동아시아 진보진영의 네트워크(1955-1989)에서 고찰한다. 내재적 발전론은 1960-70년대에 형성되었지만, 1980년대에도 한국사 인식의 주요한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 가지무라 히데키는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일본의 한국사 연구자이다. 그는 1960년대에 북한의 역사학을 일본에 소개하였고,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관여하였으며, 남한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다. 한일회담을 일본의 식민지 재침략 시도로 규정한 그는 일본인으로서 ‘민족적 책임론’을 일관되게 제기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한국과 일본의 지적 기반은 다르고 연구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가지무라의 역사학이 한국에 적극 수용되는 동안, 일본에서는 그 현실 분석력이 의심을 받고 있었다. 이 논문은 1980년대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이 놓인 조건을 비교한다. 그리고 북한 역사학에 대한 가지무라의 인식을 검토하고, 그의 ‘민족적 책임론’을 비판적으로 재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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