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의 북한 문학사에서 응향 사건은 순문예주의에 대한 당의 관료적 통제와 검열 체제의 시작을 알려준 사례였다. 그것은 당파적 계급주의 문학 이외의 어떠한 문학적 경향도 용인될 수 없다는 북문예총의 이념적 경직성을 대변해 보인 사건이었다. 그간의 연구는 시집 『응향』의 발간, 북문예총의 결정서, 백인준의 평문으로 대변되는 소위 ‘응향 사건’의 실체와 그 의미를 규명하는 데 주로 천착해 왔다. 하지만 정작 응향 사건의 배경과 원인 및 이 사건이 훗날 북한 문단에 끼친 영향에 대해선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 논문은 응향 사건의 ‘앞’과 ‘뒤’에 대한 상세한 검토를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우선은 응향 사건의 원인과 배경으로 주다노비즘과 건국사상총동원령뿐 아니라 북예총에서 북문예총으로 이어지면서 강화된 투쟁적 주체의 성립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응향 사건은 이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이 배경이 되어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응향』의 단죄는 백인준에 의해 완료됐지만, 이후에도 이 시집의 문제점은 안함광과 한효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소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응향』은 고상한 리얼리즘, 고상한 애국주의, 국토완정 등 북문예총의 핵심적 문예원칙들 및 문학사 서술을 정당화하기 위한 맥락에 적극적으로 동원되어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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