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의 단편소설 「불타는 섬」은 1952년 판본에서 2012년 판본까지 있는데, 이 판본에 대한 정리뿐만 변용 과정이나 문학사적 평가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에 대한 점검은 이 작품이 어떻게 재구성되어 전쟁기의 대표작으로 호명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 작품은 1950년대 영웅주의나 대중적 영웅주의를 반영한 성과작으로 불렸는데, 유일사상체계가 구축된 후에는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조선 체제를 대변하는 대표작으로 호명되었다. 더 나아가 2000년대에는 1950년대 초반의 평가와 달리 ‘작가의 대표적 단편소설’ 혹은 ‘전시 소설문학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상찬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김정일 시대엔 ‘김정일의 선군 정치’와 김정은 시대엔 ‘김정은의 선군혁명영도’와 결합하는데, ‘국제 관계 동학’의 압력 아래에서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조선 체제의 목소리, 즉 체제 결속이나 체제 수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호명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두 남녀의 ‘심리의 굴절’ 또는 ‘감정의 파동과 발전’을 통해서 두 주인공의 성장을 제시했던 이 작품은 여러 변용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체제 결속이나 체제 수호의 공허한 목소리만 울리는 작품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이런 공허한 목소리 이면에는 북조선 체제의 심각한 균열의 징후를 봉합하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즉, 이는 체제 결속의 목소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균열의 징후가 더욱더 선명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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