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오장환의 시와 산문에 나타난 윤리성의 양상에 대하여 규명한 글이다. 윤리란 일반적으로 공동체의 규범에 따라 인간이 지켜야할 바른 도리와 행동의 준칙을의미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의미하는 윤리란 실천적이며 자유로운 주체가 되려는의지를 뜻한다. 공동체의 규범을 따르는 차원의 윤리란 사회가 규정해 놓은 선과악의 개념에 따르는 수동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특히 근대 초 식민제국주의가 판치던 시절의 보편적 규범이란 그 스스로가 붕괴되고 일그러진 것이었다. 이를 인식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차원에서 오장환의 윤리적 주체가 나타난다. 월북한 이후 후기오장환의 시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경도된 색채를 띠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 그의 시의 대부분은 데카당하며, 자기 부정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이는 바깥에 이미 존재하는 공동체의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려 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과 가치의 방향을 모색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의 시의 부정성은 궁극적으로 근대 식민제국주의의 부정성을 내면화한 자신을 직시함으로써 책임을지려는 태도의 발현이다. 소시민으로 남으려는 자아를 완전하게 지양하는 상징적자살을 통과한 뒤에, 새로운 사회의 가치를 수립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닐 수 있다는신념은 오장환 윤리의식의 절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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