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세력판도를 바꾸고 있다. ‘G2시대’라는 말이 함의하듯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축으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미중관계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만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중협력의 방향을 분석하고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환경의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아태지역의 전략적 상황 변화이다. 최근 아태지역 전체의 추세를 주도하는 두 가지 흐름은 중국의 공세적 부상과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이다. 향후 당분간 아태지역의 정세는 미국의 재균형 정책과 중국의 반응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아태 재균형 정책을 중국 봉쇄의 차원이 아닌 보다 포괄적인 아태지역 관여정책으로서 접근하며, 군사・외교・경제적 차원 등 다차원적(multifaceted)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이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봉쇄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지역정세에 불안정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아태 지역에서 현재 진행되는 전략적 구도의 변화를 염두에 둔다면 향후 한미동맹이 직면한 최대의 도전은 결국 변화하는 미중관계의 맥락 속에서 우리의 전략태세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한중협력을 위한 과제로서는 첫째,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병행 발전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것이다. 미중관계 속에서 한국 전략의 대전제는 한미 전략동맹관계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병행발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이다. 한국정부가 지닌 중국에 대한 기본 시각은 기본적으로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안정 및 북한 비핵화 목표 실현을 위해 건설적인 기여를 해나가도록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한편, 한・중 양자 차원을 넘어 지역・국제 이슈에 대한 협력도 지속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병행 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코드 분할이 필요하다. 즉, 특정 분야(코드)에서는 한미 협력이 우선하고, 다른 특정 분야(코드)에서는 한중 협력이 우선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의 어젠다가 서로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핵심문제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현재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미국이 ‘침략적 군사도구’인 유엔군사령부를 유지하고 대조선적대시정책 및 핵위협을 계속하는 한 북한은 “핵억제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시진핑 한중 정상회담 후 박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한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협력 전략과 과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국의 변화를 잘 읽고 대응하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 외교의 핵심 개념은 ‘균형’과 ‘신형 강대국관계’로 요약된다. 시진핑 외교는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에 따른 대중 압박 전략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대한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역외국가들과의 관계 강화함으로써 균형을 취하려는 시도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새로운 대북 대응정책에서는 북・중 간의 불협화음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한 편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묘한 변화를 정확히 감지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는데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향후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아시아 패러독스에 빠진 아시아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시아 주요국들의 협력 가능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 역내 경제발전과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나날이 증대하고 있지만, 정치・안보면의 협력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역사와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이른 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은 역내 협력의 발목을 붙잡을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지역 안보위협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착안해 박근혜 정부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내 놓았다. 한국과 중국이 연성 이슈에서부터 협력을 시작한다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의미 있는 기여가 가능할 것이다. 넷째, 한중관계의 성숙을 위한 과제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중정상회담의 결과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은 크게 정치・안보분야 전략적 소통 제고, 경제・사회분야 협력 확대, 인문분야 유대 강화 등이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또한 위협의 대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이에 걸맞는 대국적인 전략론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북핵문제, 역사문제, 영토문제, 그리고 해양마찰 등에서 보듯이 한중관계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추구할 전략방향은 연미화중(聯美和中)으로 요약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외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 연미협중(聯美協中)을 거쳐 장기적으로 미・중과 모두 연대하는 연미연중(聯美聯中)의 전략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