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정일 시대’ 북한 국가의 특징을 ‘예외상태’의 일상화와 북한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통치술로서 ‘국방위원장 체제’가 등장했다고 판단한다. 북한이 처한 3대 위기는 ‘수령’의 사망, 증여시스템의 붕괴, 통치 인프라의 고갈로 인한 수령 권위·국가 권위·관료체제 등에서의 균열 발생이었다. 이 위기에서 국가는 인민에 대한 ‘돌봄’을 포기했으며, 식량난에 처한 북한주민의 삶을 방치했다. 그것이 바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예외상태’로 선포할 수 있는 자는 주권자이며, 북한의 주권자는 바로 김정일이었다.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이후 발생한 식량난으로 인한 긴급 사태를 ‘고난의 행군’이라는 ‘예외상태’로 선포하고, 전권을 행사하며 위기극복에 착수했다. 위기극복을 위한 시스템으로써 활용된 통치술이 ‘국방위원장 체제’였다. 국방위원회는 ‘예외상태’ 속에서 통치를 실행하는 즉내치와 치안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 통치술이 작동하는 기간 동안 북한의 인민은 ‘벌거벗은 생명’인 ‘호모 사케르(homo sacer)’로 재탄생했고, ‘예외상태’는 일상화되었다. 일시적 긴급사태 극복을 위한조치가 일상적 통치술로 전환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김정일 시대’ 국가운영의 원리가 되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