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근래에 해제된 구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외교문서들을 바탕으로, 1953-1955년 북한의 전후복구건설시기에 사회주의 진영의 원조와 압력, 당내 경제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주체의 제기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는 명제나 가설의 일반화, 보편화에 역점을 두기보다 역사적 사실의 심층 분석에 큰 비중을 두고 개별 역사적 사례에서 드러난 북한과 사회주의 진영의 관계 양상, 그리고 이 속에서 나타난 북한 지도부의 대응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김일성 지도부는 전후 복구를 시행하면서 소련을 필두로 한 사회주의 진영의 경제원조와 이를 바탕으로 한 형제국가들의 정책수정 요구, 그리고 당내 소련파와 연안파의 비판으로 점차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였다. 김일성은 사회주의 진영의 외압과 함께 소련파와 연안파의 경제노선 수정요구가 권력투쟁으로 발전하자 내부에서 이들의 영향력을 감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체’가 최초로 제기되었으며 김일성은 소련파와 연안파를 비주체적이라고 비난하고 자신과 빨치산 세력의 민족적 주체성을 강조함으로써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다. 결국 ‘주체’는 김일성이 자신이 처한 대내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북한 정치와 경제, 사상, 교육 등에 소련을 비롯한 외부의 영향을 지우고자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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