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속으로>와 <고지전>에 나타난 국가관과 전쟁관은 일견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현대 한국인의 정서를 공통적으로 반영한다. 이 영화들에서 드러나는 국가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충성의 대상이 아니며, 공동체의 평화와 생존을 보장할 능력을 갖춘 정부가 존재할 때에만 수호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북한은 북한 주민과 북한 체제로 구별되어 인식되며, 적(敵)은 체제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사람들에 한정된다. 그러므로 한국 전쟁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존과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좋고 능력 있는’ 정부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 아니라, 남과 북의 지배 집단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발발했고 또 그것으로 인해 오래 지속된 전쟁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재현된 전쟁은 눈물과 고통 및 피로 얼룩진 고통의 트라우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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