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시>는 경미의 불구에서 자살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남성적 서발턴의 소외되고 억압된 모습을 장률의 나름대로의 영상기법에 의해 잘 구사해내고 있다. 언어와 소통의 문제를다룬 두 편의 도시 연작 <중경>과 <이리>는 보다 집중적으로 여성적 서발턴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두 영화에는 감독의 이중신분과 이중 언어의 문제가 놓여있기도 하다. <경계>는두 탈북모자이의 그대로 내동댕이쳐진 디아스포라의 삶을 보여준다. <두만강>에서는 사회적인 환경이 강요한 정치, 문화가 아이들로 하여금 매우 위태롭고 이질적인 반응을 보이게 한다. 이 영화는 민족의 오랜 역사와 현실을 함께 보여주는 <두만강>이 통째로 디아스포라를 억압하는 현실적인 삶에 의해 곪아가고 있음을 은유한다 하겠다. <망종>은 김치를 팔아 생계를유지하는 조선족 여성 순희의 일상과 파국을 다룬 작품이다. <망종>은 테러리즘 앞에서 원초적인 때묻지 않은 심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되고 무너지게 되는가를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장률의 영화는 여러모로 되는 다양한 사회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겠지만 중국과 한국의 특수한 사회문화적인 상황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문화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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