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외국인 이주자의 한국 내에서의 삶을 재현한 영화 <처음 만난 사람들>, <반두비>, <무산일기>를 분석하면서, 새터민과 방글라데시인 등 외국인 이주자가 경험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그들의 정체성 위기의 과정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소설 속 외국인 이주자의 형상화와 영화 속 외국인 이주자의 형상화를 비교하고, 그 매체적 특성 때문에 차이(서술자에 의한 묘사와 카메라를 통한 영상 표현의 차이)가 생기고 있음을 밝히고, 영화 속에 재현된 외국인 이주자의 능동적이고 수행적인 모습을 영상 리터러시로 이해함으로써 영화 속 외국인 이주자 형상화의 의의를 찾고자 한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의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타자화 양상 및 다문화 텍스트로서의 영화 읽기를 구체화하려고 하였다. 영화 속에서 외국인 이주자들이 부딪치고 경험하게 되는 한국 사회 및 문화는 고유한 한국적 전통이거나 문화적 특이성을 내포한 사회라기보다는 자본화된 대도시와 시민이 구성하는 ‘시스템’ 그 자체였다. 한국인에 비해서 외국인 이주자들은 보다 ‘인간적’이다.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약자에 연민을 갖고 도움을 주려고 하고(진욱), 자본주의적 욕망보다는 자신의 전통적 가치와 ‘행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살아가기도 하며(카림),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현실적인 타협을 감행하기도 한다(승철). 외국인 이주자들은 자본주의적 환경 속에서 인간적 유대와 연민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며, 나름의 수행적 주체성을 획득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다문화적 가치가 훼손된 자본주의화된 도시 환경 속에서 타자화되고 만다. 이 영화들은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외국인 이주자의 형상화와 문화 적응을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재현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경제적 계급적 하층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외국인 이주자들에 대한 환대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영화 속에 나오는 다양한 장면들을 분석하며 관용, 연대, 환대 등 여러 이론적 시각에 따른 윤리적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담론적 이해에 앞서, 다문화적 환경이 도래하고 혼종문화의 풍성한 향연을 꿈꾸기 보다는 한국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적 지점들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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