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과 강희진의 『유령』에 나타난 탈북 디아스포라 문학의 새로운 양상을 고찰하였다. 이를 위해 텍스트의 서사 구조를 표면적 층위와 심층적 층위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대중 장르의 서사 규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표층적 층위의 서사는 기존의 분단문학이 지닌 진지함과 엄숙함을 상대화하며 분단체제에 기생해온 지배담론의 허구성을 경쾌하고 발랄하게 탈주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그 이면에 작동하고 있는 심층적 구조는 절망과 환멸로 얼룩진 분단체제의 현실을 정체성 탐색의 서사로 관통함으로써 탈북 디아스포라들의 현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데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국가의 사생활』과 『유령』은 분단 현실을 형상화하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감수성을 표출하고 있다. 이념과 체제를 넘어선 이들의 서사적 자의식은 기존의 분단소설이 지닌 엄숙함과 당위적 외침을 넘어 탈분단 문학을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서사 양식을 작품 속에 수용하여 분단체제의 모순에 적극적으로 응전하고 있다는 점은 강조할 만하다. 탈북 디아스포라를 서술의 주체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을 요한다. 지금까지 탈북자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탈북자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이응준과 강희진의 작품에서 비로소 탈북자는 스스로의 주체적 시선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그들’ 사이의 경계를 ‘그들’의 시선으로 심문하고 있다는 사실은 탈북 디아스포라 문학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들이 그들의 목소리로 북한의 냉혹한 현실을, 그리고 남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두 작품은 궁극적으로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혹은 ‘바람직한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심문하는 탈분단 지향의 텍스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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