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문학사에 대한 제3의 시선이라 할 수 있는 ‘연변대학교출판부’에서 간행된 『조선-한국 당대문학사』에 대해 살펴본 글이다. 『당대문학사』는 제3국에서 출판된 한국문학사로서 남북의 자료를 동시에 활용하여 남북한 문학 모두를 대상으로 한 문학사란 점에서 주목되는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이 문학사의 가장 큰 특징은 1945년 해방에서 1980년대까지를 대상으로 남북한의 시와 소설, 희곡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체제와 서술 태도에 대한 검토는 향후 통일문학사를 기술하는 데에서도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시기는 구체적으로 1945년 해방 후에서 1950년 한국전쟁까지의 시기이다. 해방직후의 시기는 남북 모두 아직 국가 건설에까지 나아가지 못하였으므로 『당대문학사』에서는 남과 북이 아니라 ‘좌익’ 작가와 ‘우익’ 작가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당대문학사』는 이 시기를 시대개관과 더불어 시문학, 소설문학, 희곡문학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 중 시 장르에 한정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조선문학통사-현대편』(1959), 『조선문학사 1945-1958』(1978), 『조선문학사』 10(1994) 등 북한문학사의 경우 ‘평화적민주건설시기’, 곧 해방 직후를 다룰 때는 모두 소설보다 시 장르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 시기 시문학이 왕성하게 창작된 이유는 ‘해방’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더하여 식민체제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송가나 서정서사시, 서사시 등 새로운 양식들이 등장한 점도 이 시기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당대문학사』는 남한을 ‘한국’으로,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하며 1945년에서 1980년대까지의 남북한 문학 전체를 대상으로 서술하고 있다. 본문에서 남북의 문학을 칭할 때, ‘(북)조선’과 ‘한국’이란 호칭 외에도 ‘남쪽’의 문학, ‘북쪽’의 문학처럼 남북 어느 쪽의 용어도 아닌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문학사의 시기구분은 1950년대에서 80년대까지는 10년 단위로 구분하였으며, 1장의 경우만 ‘해방직후의 문학’이란 표제 아래 1945년 해방 직후에서 한국전쟁 직전까지 5년여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시기구분은 기존에 북한의 문학사가 해방 후의 문학을 정리하면서 취하고 있는 시기 구분과는 상이한 것이다. 『당대문학사』가 이러한 시기구분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남과 북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그 경계에 자신을 자리매김하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다. 『당대문학사』가 해방직후의 문단 상황을 설명하며 무엇보다 ‘좌우의 상호접촉’을 강조하고 전면에 내세운 사실은, 곧 『당대문학사』가 지향하는 문학사 서술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것은 제3국, ‘중국 내 조선족 자치주’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남북의 ‘상호접촉’을 모색하고자 하는, 혹은 그것을 갈구하며 그 역할을 자임하고자 하는 의식의 다른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한편 중국 북경시 소재 중앙민족대학교 조문학부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조선족문학사』(2007)는 같은 중국 안에서 생산된 또 다른 문학사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당대문학사』가 남과 북을 모두 포섭한 통일문학사를 지향하고 있다면, 『중국조선족문학사』는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의 문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중국조선족문학사』의 관심은 북조선과 남한이 아니라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의 역할과 그들의 문학이다. 요컨대 그들이 정한 좌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이자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의 문학과 역사이지,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인’의 문학이 아니다. 따라서 조선족의 문학도 모국과의 관련성을 논하기 앞서 중국 문단 혹은 중국의 사회, 역사와의 의미망 속에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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