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와 전지구화로 이주노동과 국제결혼이 늘어가는 가운데, 이주여성은 외국인혐오증과 여성혐오증이 중첩되어 타자적 정체성을 획득한다. 21세기의 새로운 타자인 이주여성은 ‘가난한’, ‘유색인종’, ‘제3세계’, ‘여성’, ‘이주자’라는 다중의 타자적 위치에 놓이며, 여성수난소설로서의 탈국경 여성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신체훼손,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이주여성은 젠더화․섹슈얼리티화된 직종에 한정되며 차별과 배제 속에서고통을 당하는 불행한 이산생활을 경험한다. <바다와 나비>,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그녀의 나무 핑궈리>, <가리봉 양꼬치>에 등장하는 이주여성은 식당에서 설거지나 요리를 하는 주방아줌마이거나 간병인, 공장미싱일 등의 성별분업화된 가사일, <가리봉 연가>, <찔레꽃>의 노래방 도우미, <코끼리>, <아홉 개의 푸른 쏘냐>의 클럽 무희 같은 성산업에 종사한다. 이동경로와 이주국에서의 정착생활을 통한 몸의 훼손과 소문과 비방으로 구성된 부정적이미지는 그녀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 국경을 넘을 때의 불안감과 긴장감 그리고 이주국에서의 냉대와 불법체류로 인한 가슴졸임은 질병의 징후로 나타나는 바 <찔레꽃>의 은미는 북한탈출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견디기 힘든 고초를 겪었고 <나마스테>의 사비나도 공장사장에게강간을 당하거나 암, 불구, 유산, 상처 등 몸이 훼손된다. <나의 이복형제들>의 중국 출신 다방종업원은 폭력과 성희롱으로 인한 인권유린에 놓이며 <아홉 개의 푸른 쏘냐>에서도 폭력,폭언에 시달린다.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이주여성은 21세기 심청(바리)의 환생으로 자본주의 가부장제 생산양식 하에서 집시 혹은 희생양으로 고착되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곤 한다. <가리봉 연가>, <파프리카>, <그녀의 나무 핑궈리>, <번지 점프대에 오르다>, <아홉 개의푸른 쏘냐>에 등장하는 이주노동자는 인형, 동물, 물건, 시체로 취급당함으로써 비인간, 산주검으로서의 인권문제와 폭력노출이 심각하다. 결혼이주여성 또한 공고한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부적응으로 가출 혹은 이혼 이후에 길 위의 여자가 되며 <미안해요, 호 아저씨>, <잘 가라, 서커스>, <파프리카>에서처럼 불평등한 중매과정으로 인한 매매혼으로서의 팔려가는 여성으로 인식되어 가족구성원에서 배제된 채 유아화․대상화된다. 이제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는 이방인과의 공존을 위해 타자지향적 자세와 다문화적 시각이 요구되며, 피해자, 희생자 이미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주여성의 재현이 필요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