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야의 1946년 판본 「혈로」는 김일성의 ‘함경북도 6도시 진공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구체적인 항일무장투쟁 과정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김 장군의 작전 구상이 탄생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또한 이 작품은 김일성을 북조선의 최고 지도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널리 알리고자 한 북조선예술총련맹의 여러 작업의 일환으로 창작된 것이다. 이런 한설야의 「혈로」에서 보듯, 북조선 지식인들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국제공산당 노선의 일환으로 파악한다. 즉, 한설야의 항일무장투쟁의 형상화는 김일성을 우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소련이 선택한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를 이끌 북조선의 최고 지도자로, 민족의 영웅으로 인식했던 북조선 문학인들의 보편적 인식에 닿아 있다. 따라서 김일성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는 우상화를 목적으로 한 작품이라기보다는 한설야의 단편소설 「혈로」(1946)도 리찬의 가요 「김장군의 노래」(1946)나 조기천의 장편서사시 「백두산」(1947)과 마찬가지로 항일무장투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해서 민족의 영웅,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무한한 찬사를 드러낸 작품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