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해방기의 대표적인 시인인 오장환과 설정식을 통해 해방이라는 사건을 맞아 시인이 고민하게 된 공동체적인 윤리의 문제가 해방기 시에서 어떠한 미학적인 양상으로 발현되었는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접근과 이해를 통해 해방기 모더니즘 작가들의 변모에 대해 문예미학상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으로 양분하여 바라본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을 기대하였다. 해방 이전 모더니즘 문학에 가까운 길을 걸어왔던 오장환과 설정식은 해방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원이 되고 월북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해방기 그들의 시에 등장하는 시적 주체는 해방이라는 사건을 맞아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고 공동체와 진리에 충실하려는 용기를 보인다는 점에서 윤리적 주체로 구성되어 가는 양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해방기의 다른 시인에게도 나타나는 보편적인 면모라 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시적 주체의 윤리적 태도가 각기 다른 감성 내지 미학으로 발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해 보고자 하였다. 오장환은 자기비판의 정신과 인륜성에 바탕을 둔 자기 실천의 문제에 대한 고뇌를 드러내었다. 그의 미학은 고백의 어조를 통해 사적인 개인성의 차원에서 자신의 윤리적 결단과 공동체에 대한 충실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설정식의 경우 행위의 준칙으로 삼은 공동체의 진리를 다수의 것으로 여겼으며, 그 다수의 절대성에 기반한 미학은 상징의 보편성과 분노의 어조를 통해 공적인 전체성의 차원에서 종교적 성격에 가까울 만큼 정의에 대한 신념과 이상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유사하게 ‘양심’의 문제로 사상과 이념을 받아들였고, 그것을 시적 주체와 개성적인 시의 미학을 통해 형상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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