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황석영의 [바리데기]에서 민족 문제가 다루어지는 방식에 주목하였다. 여기에서는 ‘바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겪은 ‘탈북’과 ‘이주’의 이야기에서, 분단 체제 하의 민족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소설을 평가하였다. [바리데기]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은 북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바리’가 제1세계로 이주한 후에는 북한의 부정적 현실은 잊혀진 채 ‘바리’의 조국은 ‘순수한 원형적 이미지’로 환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하여 민족은 추상화된 이미지로 기억되고, 민족의 문제는 다른 제3세계 이주민들의 경험과 동질화되고 만다. 따라서 [바리데기]에서는 만신 ‘바리’의 치유 능력은 발휘되지 못하였고, 제3세계 하층민들의 고통은 추상적 경구를 나열함으로써 수사적 차원에서만 해결될 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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