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의 국가형성과 사회발전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이 글에서는 동아시아 분단체제론을 제안한다. 중일전쟁부터 베트남전쟁까지 이어진 동아시아 지역의 장기 전쟁은 식민지⋅제국체제를 해체했으며,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분단체제를 형성했다. 동아시아 분단체제는 미소간의 냉전적 대립에 의해 일차적으로 규정되었지만, 남한과 북한, 중국과 대만, 인도차이나반도에서의 분단 및 일본으로부터 오키나와의 분리, 지역 내 국가들 사이의 역사심리적인 대립 등 다층적인 분리⋅분단의 체제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분리⋅분단은 동아시아에서 국가와 사회들이 분단된 채 개별적으로 발전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이 동아시아 분단체제는 지역 내 국가들을 오가면서 진행된 장기 전쟁과 군사적 대립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속에서 자본주의 진영 국가들은 미국과 양자적 동맹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안보를 제공받으려 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집단적인 안보체제를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분업적으로 배치된 미군기지네트워크를 통해서 그리고 동아시아의 전선에서 부여받은 위치에 일정하게 조응하는 형태로 국가전략이나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비제도적인 방식의 안보분업구조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1950년대 동아시아 반공전선의 전방에 위치한 한국에서는 중무장의 군사우선 노선이 실행된 반면, 후방인 일본에서는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경무장 노선이 실행되었다. 양자는 미국의 정책에 의해서 일정하게 조정되는 면모를 보였고, 각각의 사회에서는 전방과 후방으로서의 자기인식에 기초한 정치와 운동이 출현했다. 이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기지-안보 네트워크와 분단되고 조각난 시민사회 사이의 비대칭성 및 안보와 발전의 상이한 조합들이 전후 동아시아의 정치와 운동의 근본 조건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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