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기 우리 미학, 미술사학계에서 한상진(韓相鎭, ?-1963)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존재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미술연구회 일원으로 서양미술사와 미술이론의 소개에 힘썼다. 이 시기에 그는 한글로 쓴 최초의 서양미술사 입문서 『먼나라 미술의 발달-학생 서양미술사 입문』(1949년)을 썼다. 또 1949년에는 허버트 리드(Herbert Read)의 『예술과 사회』를 번역 출간했다. 그는 이 시기 미술연구회 주최로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사 강연에서 서양미술사 분야를 담당했다. 또 1950년 월북(또는 납북) 이후 북한에서 평양미술대학 교원으로 재직하면서 「조선미술사개설」(1961-1962) 『조선미술사 1』(조준오와 공동집필, 1964)을 발표하여 북한 미술사의 기초를 다졌다. 그런 의미에서 한상진에 대한 조명은 해방 직후 우리 미학·미술사의 상황을 파악하고 남북한 미술사의 분기 지점을 확인하는 작업의 기초가 될 수 있다. 해방공간에서 한상진은 사회적 발전단계와 예술의 발전단계가 일치한다고 주장했던 하우젠슈타인과 프리체의 논의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학적 예술사의 가능성을 논했던 허버트 리드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이론적 관심은 체계(보편)와 개성을 다함께 존중하는 미술사를 서술하려는 실천적 지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6․25 전쟁 이후 북한에서 한상진은 체제의 이데올기적 요구에 따라 허구적 조화를 구가하는 미술사를 썼다. 여기서 체계와 개성, 보편과 개별, 객관과 주관은 긴장을 이루기보다는 ‘사실주의의 장성발전’이라고 하는 허구적 프레임 속에서 조화롭게 통일을 이루는 모양새를 지니게 됐다. 이러한 이론과 실천의 전개과정은 사회학적 견지에서 예술을 다루고자 하는 논자들에게 의미심장한 역사적 모델로 자리매김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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