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환동해지역의 재난 서사와 민족주의의 관계를 중심으로 문화 속에서 재난의 정치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환동해지역은 국가 단위의 문화연구를 극복하기 위한 개념이다. 분석 대상은 환동해지역의 장소성을 보여주는 재난 서사로서, <해운대>(한국, 영화, 2009), <일본침몰>(일본, 영화, 2006), <시베리아 모나무르>(러시아, 영화, 2011), 『대홍수』(중국, 소설, 2006), 『라남의 열풍』(북한, 소설, 2004) 등을 분석했다. 중국 동북3성을 배경으로 하는 『대홍수』와 북한의 『라남의 열풍』에서는 근대적 유형의 민족주의 담론이 여전히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면, 한국 <해운대>와 일본의 <일본침몰>은 이러한 경향으로 탈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탈근대적 민족주의 혹은 개인주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한국과 일본이 환동해지역에서도 가장 빠르게 글로벌 사회로 진입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한편 러시아 영화 <시베리아 모나무르>는 재난 이데올로기 없이 헐벗은 생명으로부터 시작되는 재난의 윤리를 보여주고 있다. 재난 서사의 진정성은 재난의 정치학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환동해 재난 서사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분명한 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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