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과 단절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 깊은 음영을 드리운 한국전쟁은 냉전체제가 사라진 현재에도 그 여파가 이어져,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구성원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전쟁은 1950~1960년대의 ‘전통주의’, 1970년대의 ‘수정주의’, 1980년대의 ‘후기수정주의’,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신전통주의’ 또는 ‘신수정주의’ 해석 등 다양한 이론적 견해가 전개된 바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논쟁 중이다. 전쟁발발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더라도 그것은 분명해진다. 즉, ‘기원론(외적, 내적 기원)’과 ‘개전론(북침설, 남침설, 남침유도설)’으로 나뉘어, 한편에서는 전쟁이 공산주의 진영을 확대하려는 스탈린 책략의 하나로서 소련에 의해 미리 숙고되고 소련의 명령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가까스로 동의를 구한 김일성이 주도한 전쟁으로 소련은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한 것이 지적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1950년 5월에 이승만대통령이 전쟁준비를 한 상태에서 북한의 도발을 일으켰다는 입장에서부터, 전쟁발발 직전까지 거의 9개월 동안 38선을 사이에 두고 분계선을 따라 군대가 배치되고 계속해서 산발적인 소규모 전투가 일어나는 등 긴장감이 돌았던 점을 고려해 한국전쟁을 이러한 전투들의 연장선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논문은 그동안 전쟁발발의 원인, 과정, 결과 등을 둘러싼 수많은 사안들에 대해 새로운 사료를 제시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그러한 작업은 러시아 역사를 전공하는 필자의 능력 밖의 일이다. 이 논문은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에서 진행된 역사교육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 및 서술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토대로 러시아의 한국전쟁 인식에 변화를 준 컨텍스트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전쟁 서술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러시아 역사학계의 변화를 다룬 논문들이 다수 출간되었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러시아 교과서의 한국 관련 서술에 관한 몇 차례의 세미나를 개최하였으며, 한러관계사 연구자들 가운데 러시아 교과서 관련 논문을 쓰는 등 적지 않은 축적이 이루어진 바 있다. 이 연구들은 소련 해체 이후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역사인식의 변화, 역사교육의 변화 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러시아 역사학계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이러한 연구들이 지향하는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최근 러시아 역사교육의 현장에서 한국전쟁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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